2016년 공사 중인 WAP 아트스페이스의 갤러리 공간에서 조르주 루스의 두 번째 ‘청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19일간의 작업 끝에 5개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설비와 내장 공사 이후에는 보이지 않게 될 건물의 뼈대에 페인팅, 드로잉, 콜라주로 작업했다. 작가는 계단 실, 좁은 통로를 관통해서 보이는 깊은 공간, 비계가 가득 설치된 지하 10미터의 내정을 작업 장소로 선택했다. 루스는 장소의 감각을 토대로 색과 빛으로 공간을 변형시키는 화가이자 사진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였다. WAP 아트 스페이스의 첫 ‘거주자’로서 조르주 루스는 공간의 특성들을 발견하고 기억하는 작업을 남겼다.
세 개의 버전이 만들어진 <서울 4>는 좁은 통로를 통해 보이는 약 20m 깊이의 공간에 환영처럼 떠 있는 커다란 원을 보여준다. 루스의 작업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원은 작가의 작업 과정 전체에서 기준 역할을 하는 카메라 렌즈의 은유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다로운 도형이라는 점에서 작가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요구하는 형태이다. 첫 단계에서는 검은 원으로 그래픽 한 표시를 하였고 (서울 4a),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미지를 모두 지운 세계 각국의 신문지를 붙여서 ‘바벨’적 세계를 보여주었다 (서울 4b). 마지막으로 파란색으로 칠해진 원은 고요한 명상 공간을 만들었다 (서울 4c).
<서울 5>는 아트스페이스의 두 층을 연결하는 반원형 계단 실에서 제작되었다. 좁은 수직 공간에 그려진 두 개의 원이 만드는 ‘아나모르포즈’가 극적인 구성으로 콘크리트 공법의 기술적 흔적들이 조형적 요소로 활용되었다.
<서울 6>은 지하 내정에서 제작되었다. 루스는 장애물이었던 비계를 구성 요소 및 제작 도구로 사용하여 750 x 980cm 크기의 벽화를 그렸다. 검은 바탕 위에 배치된 사각형 구성은 여러 개의 육면체가 쌓여있는 WAP 아트스페이스의 외관과 평면도와 조응한다. 최종 사진 작품은 300x405cm로 제작되었다.